김기중⁄ 2005.10.10 18:51:41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http://www.dcinside.com 이하 디시)’가 마련한 ‘잘못된 우리말 찾기’ 행사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 1일부터 ‘미션수햏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이 행사에 대해 디시측은 “한글의 오남용 실태를 고발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했다”며 “광고물, 전단지, 간판, 한자어의 무분별한 사용 등 생활 속에서 잘못 사용되는 우리말을 촬영해 올려주면 ‘미션득햏’ 3분을 선정해 소정의 상품을 보내준다”고 밝혔다.(http://board6.dcinside.com/zb40/zboard.php?id=mission18) 그러나 ‘아햏햏’, ‘수햏’, ‘므흣’ 등 어법에 맞지 않는 신조어가 다량 생산된 디시측에서 이같은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중 ‘pupstar’는 “가만히 있으려 하였으나 글을 쓰게 만드는군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DC는 존재 자체로 한글의 순화와 오남용 방지에 역행하는 사이트”라며 꼬집었다. 그는 “실수나 무지에 의한 오남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디시의 다분히 고의적이고 어찌보면 악의적이기까지한 언어 파괴는 사이트 규모가 큰 만큼 사회적인 악영향도 상당하다”며 “디시인사이드 당신들부터 좀 잘 하라”고 지적했다. 그의 글에 사용자 최모씨는 “한글 파괴의 선봉은 디시인사이드 아닌가? 진정 한글을 사랑한다면 자체적인 자정 노력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닐까?”라는 댓글을 달았으며 ‘쩝’이라는 사용자는 “개개인도 아니고 대형사이트가 자신의 사이트 안에서는 한글파괴를 묵인하고 조장하면서 ‘한글날을 맞아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우리말을 찾아봅시다’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봐도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이디 ‘쌀나라말시러’는 “디시의 한글날 행사를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좋은 일 하는 것은 박수 쳐주고 뒤에서 격려를 해주자”고 말했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한글의 오남용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디시가 개최한 이번 행사에 많은 누리꾼들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이유는, 실제로 디시측에서 의도적으로 상당한 양의 잘못된 말들을 조장하고 유통하는 등 한글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일례로 디시측은 대표적인 단어인 ‘아햏햏’에 대해 “언어는 생명체와 같아 계속 살아 움직이면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고 번식과 변모를 꾀한다. ‘아햏햏’은 일부 몰지각한 청소년들이 쓰는 외계어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한글맞춤법 표기안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멍멍이 소리다. 한글은 발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에서도 비슷한 것을 찾아보기 힘든 위대한 문자”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아햏햏’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 의미와 용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데다가, 사회적으로 두루 통용되지 않고 디시인사이드 내부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이것을 ‘신조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디시측도 사이트 내부에서 ‘악플’(악성 리플), ‘짤방’(짤림방지), ‘알바’(아르바이트), ‘수햏’(수행) 등의 올바르지 못한 단어들을 스스로 빈번히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개죽이’, ‘개벽이’, ‘초난강’, ‘DDR 개구리’, ‘무뇌충’, ‘핥녀’ 등의 사진 게시물을 모아놓고 디시 홍보에 이용하는 등 잘못된 단어들의 사용을 사실상 조장하기도 했다. 디시에 들르는 일일 평균 사용자가 40만이 넘는다고 한다. 많은 누리꾼들이 왜 디시에 “행사 의도는 좋지만 스스로 반성부터 하라”고 비난하는지 디시는 스스로 비판해보고, 올바른 한글 사용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도 멸망한다”고 주장한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의 말씀을 한글날 조용히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