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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법은 막고, 노인 돌보는 건강보험 재정을 위하여

cnbnews최원석⁄ 2026.02.25 14:12:45

윤봉숙 대한노인회 연제구지회장.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병원과 약국은 우리 노인들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공간이 됐다. 이제 병원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곳을 넘어, 이웃과 안부를 나누고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며 하루의 활력을 얻는 익숙한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평생 성실히 납부해온 건강보험료는 이러한 노년의 일상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며,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최근 건강보험 재정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 여건이 악화될 경우 의료혜택 축소나 보험료 부담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이용이 잦은 노인세대에게 더욱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연제지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이러한 형태는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약물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어르신은 물론 국민 전체의 건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약국) 전담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의료 현장을 위축시키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불법개설기관에 한해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 보완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어르신들을 만나면 병보다 더 큰 걱정으로 간병비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간병 현실은 노인과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 간병비 지원확대와 돌봄부담 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곧 전국 시행을 앞둔 통합돌봄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치료이후에도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과 의료, 일상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 통합돌봄은 우리 노인들이 바라는 삶의 방식에 가장 가까운 해답이 될 것이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부당청구 금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약 2조 8849억 원에 이른다. 이는 65세 이상 치매환자 약 98만 명에게 1인당 약 30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불법으로 새어나가는 재정을 바로잡는 일은 곧, 노인의 삶을 지탱하는 재원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누수를 막아낸 재원이 간병비 지원과 통합돌봄, 나아가 지역 필수의료 강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과잉처방으로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약재는 환경보호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한노인회 연제구지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탄소제로 운동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재정 누수를 바로잡는 일은 단순한 절감 차원을 넘어,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곳에 소중한 재원이 다시 쓰이기를 바라는 노인들의 진심 어린 바람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은 세대 간 신뢰로 이어지는 공동의 약속이다. 오늘의 노인을 지키는 올바른 재정 운용은 결국 내일을 살아갈 우리 후손의 삶을 지키고 돕는 일이다. 이번 논의가 갈등이 아닌 공감 속에서 이루어져, 건강보험 재정이 노인의 삶을 돌보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윤봉숙 대한노인회 연제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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