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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육천 빈영호 경상대 제4대 총장 일생 다룬 책 발간

<멈추지 않은 시계-한 농학자의 삶과 정신>…빈 전 총장의 가정사와 경상대 역사 녹아 있어

cnbnews최원석⁄ 2024.10.29 13:31:54

<멈추지 않은 시계-한 농학자의 삶과 정신> 책자 표지. (사진=경상국립대 제공)

경상국립대학교의 전신인 경상대학교 제4대 총장을 지낸 고 육천(育泉) 빈영호(賓榮鎬) 박사의 인생을 다룬 책이 나왔다.

고 빈영호 전 총장의 딸 빈미정 성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사위 백기인 박사는 '육천공소화(育泉公小話)' <멈추지 않은 시계-한 농학자의 삶과 정신>(신아사, 287쪽)을 최근 발간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출생, 성장, 그리고 학문의 길'이고, 2부는 '가족과 이웃, 생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책 제목에서 밝혔듯 빈영호 전 총장의 삶과 정신이 오롯이 담겼다. 지극히 사적인 가족 이야기에서부터 교수로서, 대학 보직자로서, 총장으로서 경상대학교 발전에 헌신한 빈영호 전 총장의 역할과 신념을 엿볼 수 있다.

빈영호 전 총장의 호 '육천'은 한문학과 허권수 명예교수가 지었다. 이 호는 빈영호 전 총장이 60세 되던 1990년에 받았다. “빈영호 전 총장의 평생 사업이 인재를 기르는 것이고 샘은 땅속에서 솟아나서 사람을 먹이고 만물을 기르므로 '육천'”이라고 허권수 명예교수는 말했다고 한다.

빈 전 총장은 학창 시절에 동네에서 '공부 잘하는 영호'로 통했다. 무슨 일이든 성실하고 깔끔하게 하는 습관이 있었다. 부친 빈태길 선생의 영향이다. 19살 되던 1948년에 초등학교 친구이자 동창인 손애자와 혼인하여 1남 7녀를 낳아 길렀다. 1948년은 경상대가 개교한 해이다.

빈 전 총장은 경상대의 전신인 경남도립 진주농과대학에서 농학사(1960년)를, 대학원 과정은 고려대에서 농학석사(1965년)를, 동아대에서 농학박사(1984년)를 취득했다. 석사학위를 받기 직전인 1963년에 진주농과대학의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33살에 정식 대학교수가 된 것이다.

이후 진주농과대학에서 조교수, 경상대학 부교수, 경상대 교수, 경상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학교에서 맡은 보직은 도서관장, 학생처장, 교육대학원장 등이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교육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새 학제에 따라 학생이자 동시에 교수라는 두 길을 병행하는 개척자로서의 역정이었다”고 말했다.

경상대는 1980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하고 1987년 학칙 개정을 통해 민주적·자율적인 대학 운영의 토대를 마련하며 1995년 통영수산전문대학 통합, 대학병원의 법인화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매머드급 영남지방 거점 대학으로 성장한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경상대학교가 종합대학으로서 서부경남의 거점대학으로 일취월장하게 된 이면에는 역대 총장의 공로와 함께 선대 총장의 업적을 더욱 견실하게 다진 육천의 '모교 사랑'이란 숨은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농학자로서의 학문 세계', '직선제 총장으로 피선', '대학경영의 리더십 무위' 등의 장을 통해 빈 전 총장 재임시절에 경상대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룬다. 대학 장기발전계획 수립, 전자계산소 준공, 대학 전산망 개통, 경상대 대학본부 준공, 경상대-통영수전 통합 조인 등의 일이 빈 전 총장 재임 기간에 일어났다.

또한 책에서는 1994년 교양 교재 <한국 사회의 이해> 사건이 터졌을 때 빈 전 총장은 직접 나서서 사태를 공정하고 공의로운 원칙에 따라 책임 있게 수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해 8월 12일 빈 전 총장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학 당국의 공식 입장을 공표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육천은 대학발전과 학문의 자유, 교권 확립, 그리고 국가의 법적 집행의 공정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그 바탕 위에서 해당 교수의 신분 보장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빈 전 총장은 총장 재임 3년째 되던 1993년 3월 19일 1억 원을 '경상대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이 발전기금을 토대로 경상대는 '육천장학재단(育泉獎學財團)'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경상대는 이 장학재단에 힘입어 해외 장기 연수나 각종 고시 합격자 및 학업 성적은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가장 등을 돕기 위한 장학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독생'이 아니라 '공생' 아닌가. 그가 살아왔던 것도 보이지 않은 수많은 은덕의 결과라고 믿었던 그가, 인생 전체에 대해 내놓은 감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남명학관' 건립 관련 이야기 등 1990년대 경상대의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빈 전 총장과 부인 손애자 여사, 1남 7녀의 가족 이야기, 빈 전 총장과 손 여사의 임종 장면도 그려진다. 훌륭한 학자이자 뛰어난 대학 경영자이던 빈 전 총장. 딸과 사위의 눈으로 바라본 한 사람의 가족사이자 한 대학의 역사가 담담한 필치와 각종 역사적 자료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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