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 2025.07.18 11:17:45
국립창원대학교가 6년에 걸친 끈질긴 학술 연구와 현지 추적 끝에 독립유공자로 추서가 됐으나 묘소를 확인하지 못한 하와이 독립유공자 11인의 묘소를 규명하는 역사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18일 밝혔다.
국립창원대(박물관·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2019년부터 하와이 초기 한인 이민자 묘소 조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총 1600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묘소를 정리·검토하는 과정에서 지난 3월에는 독립유공자 5인의 묘소를 확인한 데 이어, 6월 현지 조사에서는 묘소 미확인 독립유공자 명단을 토대로 △고덕화 △김공도 △김영선 △박금우 △박정금 △홍치범 지사 등 6인의 묘소를 추가로 발굴했다. 이로써 2025년 한 해에만 총 11인의 독립유공자 묘소를 새롭게 밝혀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조사는 독립유공자 발굴을 넘어,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잊힌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팀은 후손 없이 방치된 시멘트·화산석 묘비가 빠르게 훼손되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현장에 임했다.
지난달 4~29일 진행된 현지 조사는 박민원 총장의 지휘 아래 묘지 탐문, GPS 좌표 기록, 묘비 탁본, 추모식 등을 실시했다. 귀국 후 국립창원대박물관 김주용 학예실장과 장찬영·민경택 연구원은 확보한 자료를 국가보훈부 공적조서, 일본 외무성 여권 발급대장, 미국 인구조사(Census)기록, 한국지명총람 등과 교차 검증해 묘소의 주인을 확정했다.
◇가장 빛나는 성과: 창원에서 하와이로, 지역의 딸들을 찾다=김주용 학예실장은 “이번 조사의 가장 빛나는 성과는, 이웃 마을에서 나고 자란 '창원의 딸들'이 태평양 건너 독립운동 동지로 함께한 위대한 여정을 밝혀낸 것”이라고 전했다.
주인공은 창원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김공도(마산 외서 상남, 現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박금우(마산 외서 성산, 現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지사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이번에 처음으로 하와이 현지 묘소가 확인됐다.
두 지사는 일제강점기, 사진 한 장에 의지해 하와이로 이주한 ‘사진신부’였으며, 대한애국부인회·영남부인실업동맹회·대한부인구제회 등에서 함께 활동하며 조국 독립의 최전선에 섰다.
고향의 국립대학이 이들의 삶의 흔적을 직접 발굴했다는 사실은, 잊혔던 여성 독립운동사를 복원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의 책무를 다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묘비에 새겨진 새로운 역사: 공적기록을 보완하다=묘비는 잠겨 있던 역사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 불분명했던 공적 기록을 보완하고 독립유공자들의 생애를 선명하게 복원하는 결정적인 1차 사료가 됐다.
창신학교 출신으로 알려진 박금우(2018년 추서) 지사는 그간 생몰 정보가 미상이었으나, 이번 묘비 확인을 통해 1896년 4월 14일부터 1972년 1월 17일까지의 생애가 처음으로 명확히 밝혀졌다. 또한 김공도 지사는 하와이 밀릴라니 추모공원(Mililani Memorial Park)에 남편인 고덕화 지사와 나란히 안장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묘비에는 남편의 성을 따른 ‘고공도(KO KONG DO)’로 표기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와 함께 남편 고덕화 지사의 사망일 역시 기존 ‘1979년 9월’에서 ‘1979년 9월 16일’로 확정됐다.
박정금 지사의 묘비에서는 생몰년(1900.8.8.~1980.7.24.)과 함께 하와이에서 사용한 이명(異名)인 “VIOLET”이 확인됐다. 홍치범 지사의 경우, ‘1883년경’으로 추정되던 출생연도가 1882년 10월 12일로 정밀하게 밝혀지고 목회자 직함인 ‘REV.(Reverend)’가 드러나, 당시 이민 사회의 생활상을 생생히 증언한다.
◇미래를 향한 약속: '기억의 항로'를 개척하는 디아스포라 허브=국립창원대 박민원 총장은 “하와이 땅끝에 묻힌 선열들의 숨결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은 국립대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며 “창원에서 하와이까지 이어지는 ‘기억의 항로’를 성실히 복원해 국립창원대가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연구의 허브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창원대는 2019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2026년 ‘하와이 이민자 발굴조사단’을 정식 발족한다. 조사단은 ▲하와이 전역 묘역 전수조사 ▲디지털 아카이빙 플랫폼 구축 ▲후손 추적·연결 ▲독립유공자 추가 포상 신청 등 종합적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립창원대박물관은 이번에 확인된 6인의 공적과 묘비 탁본 등을 이달 말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며, 확보된 정보는 국가보훈부에 공유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묘소가 확인된 독립유공자의 대표적인 공적과 사진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