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마 체덴 추모전 포스터.(사진=영화의 전당 제공)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티베트의 영화감독 페마 체덴을 기리는 ‘페마 체덴 추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추모전에서는 진정한 티베트 영화를 추구하며 티베트인의 삶과 정체성을 티베트어로 담아내어 티베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이끈 페마 체덴 감독의 연출작들은 물론 그가 제작하거나 기획했던 작품들까지 함께 만날 수 있다.

중국 칭하이성 티베트 자치구 출생인 페마 체덴(萬瑪才旦 / Pema Tseden)은 중국 서북민족대학에서 티베트어와 문학을 공부한 이후 티베트 영화를 만들고자 베이징 영화대학(전영학원)에 진학한다. 전영학원 최초의 티베트인 학생이었던 그는 2005년 어린 라마승의 일상을 그린 <성스러운 돌>로 장편 데뷔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 받는다. 티베트를 다룬 여타의 영화들과는 달리 페마 체덴 감독은 진정한 티베트 영화를 추구하며 티베트인의 관점에서 티베트어를 사용해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티베트의 삶과 정체성을 온전히 나타내는 방식을 통해 티베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이끌어 냈고 이후 티베트의 젊은 영화 창작자들이 이를 따른다. 또한 그는 한국에도 번역된 『마니석, 고요한 울림』 외에도 수십 편의 티베트어 소설을 집필한 저명 작가이기도 했다. 페마 체덴은 지난 5월 티베트 고원 지대에서 다음 영화를 촬영하던 중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작고했다.

이번 ‘페마 체덴 추모전’에서는 그가 연출한 작품뿐만 아니라 제작하거나 기획했던 작품까지 총 11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그가 연출한 작품은 여덟 편으로 고향 티베트의 어린 라마승 이야기를 현지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티베트어로 제작한 장편 데뷔작이자 최초의 진정한 티베트 영화로 평가 받는 ‘성스러운 돌’(2005), 이름이 같은 트럭 운전사와 히치하이커를 통해 복수와 구원을 이야기하는 티베탄 로드 무비 ‘진파’(2018)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티베트 전통문화가 가진 휴머니즘과 문화적 가치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두 작품 ‘쿤덴을 찾아서’(2009), ‘오색신전’(2014)과 현대화와 도시화의 물결 속에 해체되는 티베트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다루는 ‘늙은 개’(2011), ‘타를로’(2015), ‘풍선’(2019)도 소개된다. 이어 그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영화이자 티베트 고원에서의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장엄하게 그린 이야기인 ‘설표’(2023)를 국내 최초로 상영한다.

더불어 페마 체덴이 제작하거나 기획한 작품은 세 편으로 종교적 전통 안에서 인간과 소 사이의 유대와 교감을 그리는 왕 쉬에보 감독의 ‘깨끗한 물속의 칼’(2016), 평화로웠던 가족의 삶이 국가 권력에 의해 변하는 모습을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 다레이 감독의 ‘팔월’(2016), 여름에 들어서며 찾아온 습도 높은 계절과 함께 권태로운 관계에 빠진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가오밍 감독의 ‘습한 계절’(2020)을 함께 상영한다.

‘페마 체덴 추모전’은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매주 월요일 상영없음) 계속된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12월 2일 16시 30분 ‘성스러운 돌’ 상영 후 강내영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의 특별강연이 마련돼 있으며 김은정 영화평론가와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영화해설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