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2024.04.18 09:33:29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사회보장제도로 국민의 곁에서 든든한 건강지킴이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비 규모 증가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어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 라는 뜻이다. 건강보험 재정에 밑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 밑 빠진 구멍으로 국민이 힘들게 납부한 건강보험료가 줄줄 새게 될 것이다. 당연히 국민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국민은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피해가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14년 동안 확인된 피해액만 3조 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 및 약국을 말하며, 일명 '사무장병원'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사무장병원은 국민의 건강은 뒤로 하고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한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산삼약침 사기, 가짜 입원확인서를 발급한 보험사기 등이 모두 사무장병원에서 발생한 일로, 사무장병원 근절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보험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조치해야 할 긴급하고도 중대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을 적발해 수사 의뢰하고 부당하게 청구한 3조 4천억 원을 환수 결정하는 등 사실상의 단속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수사권이 없어 사무장병원 단속에 한계가 있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금흐름 추적 등이 필요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건보공단에서는 할 수 없고, 수사권한이 있는 경찰은 강력 범죄에 밀려 사무장병원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기가 곤란해 수사는 장기화 되고 그 사이 혐의자는 재산을 빼돌려 징수율은 6.9%에 불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국회에서는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한(특사경)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전국적 조직망과 전문 인력이 있고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감지시스템으로 사무장병원을 조기에 포착하고 수사 기간도 3개월로 단축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재정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
법을 개정하는데 있어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전래동화에서는 콩쥐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울 때 두꺼비가 나타나 도움을 준다.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은 보험재정을 지키는 두꺼비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를 위한 안전한 의료 환경과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를 지키기 위하여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김나연 한국부인회 부산 남구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