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 2025.02.27 11:11:08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은 최근 하와이 현지조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하와이를 거점으로 독립운동을 펼치고도 그간 정확한 묘소를 찾지 못했던 독립유공자 5인의 묘소를 새롭게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확인된 독립유공자는 △홍한식 △서재근 △김차순 △함호용 △곽명숙 지사 등으로 모두 국가보훈부에 의해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인물이다.
현재까지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에서 확인되는 약 1만8000여명에 이르는 독립유공자 중 묘소가 확인되지 않은 분은 8900여명이다. 이중에서 국립창원대 박물관이 추정한 하와이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보이는 독립유공자는 61명 정도이며, 그 가운데 지금까지 묘소가 확인된 사례는 약 36건에 그쳐 이번 5인의 묘소를 새롭게 확인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주목할 사실은 묘비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독립유공자의 새로운 정보를 찾았다는 점이다.
홍한식 지사의 국가보훈부 공적조서에 1885년 1월 13일이 출생일로 기록돼 있으나, 이번에 확인된 묘비에는 1885년 2월 27일로 표기돼 있다. 이는 공적조서에는 음력을, 비석에는 양력을 기재한 것으로 보이며, 공적조서에 미상으로 알려졌던 홍 지사의 사망일도 1965년 7월 18일로 확인돼 그의 생애가 보다 정확히 드러났다.
서재근 지사의 경우, 기존에는 출생일이 ‘1878년’만 알려져 있었으나 묘비에는 ‘1878년 10월 7일’로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 곽명숙 지사의 묘비가 ‘유명숙(MYUNG SOOK LOU)’으로 표기된 것도 주목된다. 이는 결혼 후 남편(유명옥)의 성을 따르는 미국 하와이 사회에 동화된 모습으로, 당시 이민 1세대들의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함호용 지사는 이번에 확인된 5인 가운데 유일하게 오아후 섬이 아닌 마우이 섬 묘지에서 발견됐다. 이는 과거 하와이 각 섬 곳곳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들이 각자의 터전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국립창원대 박물관은 2019년부터 총 4차례 하와이 현지조사를 진행하면서 하와이 여러 섬에서 하와이 한인 이민 1세대들의 묘비 1100여 기와 한인 묘지 25곳을 확인해 왔다. 이 자료를 국가보훈부 독립유공자 공적조서와 대조하면서, ‘묘소 미확인’ 상태이던 독립유공자들의 흔적을 집중적으로 추적한 결과 이번 성과를 거뒀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국립창원대 박물관 김주용 학예실장은 “하와이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가들의 묘소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민 1세대의 삶과 독립운동 역사를 복원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시멘트와 화산석으로 만들어져 부식이 빠른 묘비들이 지금껏 방치돼 온 만큼 묘비 보존과 함께 이분들의 생애와 공적을 되살려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하와이에서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인물은 총 60여명이지만, 대부분이 오아후 섬 출신이며 함호용 지사처럼 마우이 섬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사례는 드물다. 이에 국립창원대 박물관은 앞으로 오아후뿐 아니라 마우이, 빅아일랜드 등 하와이 여러 섬으로 조사를 확대해 추가로 확인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국가보훈부에 독립유공자 추서를 적극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하와이에 정착했던 한인 이민자들의 후손들은 조상의 묘소를 찾고자 하는 문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국립창원대 박물관은 이번 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후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새롭게 밝혀지는 독립운동 공적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와 독립유공자 추서 절차를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하와이 이민 1세대들의 묘비는 시멘트와 화산석 등으로 만들어져 부식 속도가 빠른 편이다. 국립대 지속가능발전센터 문경희 센터장은 “지금이야말로 그분들의 삶을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묘비 훼손을 막기 위한 보존 및 체계적 기록 작업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국립창원대 박물관은 이번에 발견된 5인의 독립유공자 묘소 정보와 사진을 국가보훈부에 공유하고, 국내외 학계·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하와이 이민자 후손 및 관련 자료를 가진 개인이나 단체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리며, 이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공적을 재조명하고 기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