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희⁄ 2025.04.17 17:12:53
부산 제조업에 다시 한번 '경고등'이 켜졌다. 고환율과 내수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라는 복병까지 겹치며 지역 산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7일, 지역 제조업체 25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BSI는 68을 기록했다. 1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60대에 머물며,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그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부산상의는 "기준금리가 지난 2월 인하됐음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부채 부담과 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다"며 "국내외 복합 위기 속에 체감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매출(70), 영업이익(67), 설비투자(71), 자금사정(66) 등 주요 경영지표가 모두 기준치에 미달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움직임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다시 불을 지피며, 원가 부담에 허덕이는 지역 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종별로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화학·고무(93), 전기·전자(79), 자동차·부품(62) 등 대부분 업종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특히 1차금속업종은 건설경기 침체와 미국발 철강·알루미늄 관세 충격이 겹치며 37이라는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췄다고 응답한 기업은 46.8%, 투자계획을 축소한 기업도 51.2%에 달했다. 고물가, 고환율, 통상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실적에 대한 기대감마저 꺾였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사업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내수부진(33.0%)이 가장 많았고, 이어 원부자재 가격 상승(19.5%), 고환율 지속(17.3%),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15.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직·간접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30.2%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은 미국에 완제품(32.9%)이나 부품·원자재(26.3%)를 직접 수출하거나, 중국(22.4%)과 멕시코·캐나다(15.8%) 등 제3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기업도 47.4%에 달했다. 자동차·부품, 철강 등 부산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관세 대상 품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답 기업의 81.6%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차원에서 대응이 어려운 통상정책의 특성상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정부는 관세 충격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통상외교와 함께, 기업 금융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